나무숲

첫 게시글부터 이렇게 쓰기는 뭐하지만, 나는 여성 탈모인이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처음 탈모를 인지하게 된 때부터 이미 심각했다. 


원래 성격이 무던했던 나는 어느 순간 머리가 좀 많이 빠진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크게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사실 주변에 탈모인이 없어서 탈모라는 생각을 아예 못했던 것이 컸다. 

그랬는데 우연히 거울을 보면서 머리를 쓸다가 헉 하고 놀랐다. 

이미 옆머리에 크게 빵꾸(?) 가 나있던 것이다. 

그때 머리를 확인해본 결과 후두부 쪽의 머리가 이미 전부 빠져있었다. 


그날로 충격을 받고 며칠 뒤에 근처의 피부과에 가서 탈모부위를 의사한테 보여줬다. 

내가 머리를 들추면서 보여주니까 의사의 눈이 땡그래지면서 목소리가 약간 커졌다. 

약간 당황한 듯한 모습과 빠른 목소리로 소견서를 써줄테니 당장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의사가 말하기를 어느 정도 원형탈모라면 자기가 주사를 놓으면 원래대로 돌아오겠지만 이건 너무 심각하다고 했다.  당장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그 때 원인이 뭐냐고 물어봤는데 명확하게 모르겠다고 답했던 것이 기억난다. 

원래 동그란 원형탈모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생기긴 하는데 이정도로 많이 빠지는 것은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고 나보고 꼬옥 대학병원 가세요. 라는 의사의 간절한 권고와 의사가 적어준 의사소견서를 부여잡고 나는 떨리는 가슴으로 병원을 나섰다.


 피부과에 나와서 바로 대학병원에 연락을 했더니 예약이 꽉 차서 한 3달 뒤에 봐줄 수 있다고 했다.

 "네? 3달 뒤요??" 라고 깜짝 놀라서 물어보니 익숙하다는 목소리로 "예, 요즘 환자들이 많아서 신규예약이 밀려요" 라고 건조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빨리 좀 안될까요? 하고 나름 간절하게 물어봤지만 3달 뒤가 가장 빠른 거라는 답을 듣고 알겠다고 하고 끊었다. 

나는 대학병원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3달이나 지나서 예약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마음도 급해졌다. 당장 치료를 하긴 해야하는데 3달 뒤에 진료를 볼 수 있다니... 그래서 결국 집 주변의 다른 피부과에서 처방을 받았다. 

의사는 내 머리를 보더니 몸이 안 좋을 수도 있다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인 나녹시딜을 처방해주었다. (참고로 나녹시딜은 미녹시딜의 일종이다.) 

그리고 그 때부터 나의 발모를 향한 괴롭고 기나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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